구원실성(久遠實成) 본불(本佛).
나는 실로 성불해 옴이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나유타겁이니라.
(我實成佛已來 無量無邊百千萬億那由陀劫)
지금의 석가모니불은 석씨의 궁전을 나와 가야성을 떠나서 멀지 않은 도량에 앉아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함이라. 그러나 선남자야, 나는 실로 성불해 옴이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나유타겁이니라.
1. 무량백천만억재아승지(無量百千億載阿僧祗)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세존께서 가비라위성에서 실달 태자로 태어나시어 도를 구해 19살 때 출가, 30살에 성도하신 것은 역사적 사실이므로 세상 사람들은 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법화경도 절반을 지나 제16품 여래수량품에 이르러, 세존께서는 세상 사람들은 나 석가모니불을 지금부터 40여 년 전에 보리수 아래에서 처음으로 성도한 부처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내가 성불해 옴으로부터 지낸 바의 모든 겁수는 한량이 없는 百千 만억 아승 지라] 하시어 수없이 오랜 세월을 지나오셨다고, 사람들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대사를 선언하셨다.
진실로 세존께서 성도하신 것은 [무량무변 백천 만억 나유타겁] 이전 태초(太初)의 일이다.
'나유타'란 백억 또는 천억이라는 뜻이요. 아승지란 한량없다는 뜻으로, 다 엄청나게 많은 수를 말하는 것이다.
겁(劫)은 겁파(劫波)라고 하여, 불교에서 햇수를 계산하는 기준인데, 우리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이 오랜 시간이다.
'인수겁(人壽劫) ' '개자겁(芥子劫)' '반석겁(盤石劫)' 등이 여러 가지 비유로써 설해 있는데, 여기 인수 겁만을 잠시 알아보기로 하자.
인간의 정명(定命) 팔만 살에서 시작하여 백 년마다 한 살씩을 감하여, 정명이 열 살이 되면 다시 백 년마다 한 살씩을 더하여 도로 팔만 살의 정명에 이르는 동안을 한 겁이라고 하는 것이니, 이것은 약 1600만 년이 된다.
이 겁의 수가 또 무량백천만억재아승지(無量百千億載阿僧祗)라 하였으니, 그 수는 아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구원 무시(久遠無始)의 옛날]인 것이다.
이 엄청난 햇수를 비유로써 말씀하신 것이 저 유명한 여래수량품의 [오백 진점겁]의 비유다.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 구성설의 하나에 수미산설(須彌山說)이라는 것이 있다.
세계의 한가운데 수미산이라는 산이 있고, 그 둘레는 바다인데, 수미산의 동서남북에는 각각 섬이 하나씩 있다.
이것을 [수미의 사주(四州)]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그 남쪽의 섬으로써 염부제라고 부른다.
이 수미산을 중심으로 한 사주(四州)를 통틀어서 한 세계라고 한다.
이러한 세계가 천이 모인 것을 소천세계라 하고, 이 소천세계가 천이 모인 것을 중천세계라 하고, 이 중천세계가 또 천이 모인 것을 대천세계라고 한다.
이 대천세계에는 소천 중천 대천의 세천이 들어 있으므로 삼천 대천세계라고도 한다.
어떤 이가 있어, 이 삼천 대천세계를 가루로 만들어 가지고 동으로 동으로 나아가 오백천만억 나유타아승지의 나라를 지나가서 그 가루 하나를 떨어뜨리고, 또 오백천만억 나유타아승지의 나라를 지나가서 다시 그 가루 하나를 떨어뜨리고, 이렇게 하여 가루로 만든 삼천대천세계가 다 없어졌을 때, 그 가루를 떨어뜨린 나라와 그냥 지나쳐 온 나라들을 모두 합쳐 가루를 만들어서 그 가루 하나를 한 겁에 비유하여 계산한 겁의 수효보다도, 세존께서 정각(正覺)을 여시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세월이 더 오래다고 하는 것이니, 세존께서 성도하신 때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요컨대, 이 비유는 수를 설하신 것이지만, 실은 수에 빙자하여[비수(非數)]를 말씀한 것으로서, 구원(久遠)의 옛날, 다시 말하면[처음이 없는 처음(無始의 始)을 말씀하신 것이다.
2. 구원실성(久遠實成) 본불(本佛)
세존께서는 다시,
[ 내가 본래 보살도를 행하여 수명을 이룩한 것이 지금도 오히려 다하지 못하였으며, 다시 위에서 말한 수의 곱이니라.] (여래수량품 1152면) 하시어 구원으로부터 오늘까지 보아도 오늘부터 미래의 수명이 더 길 다고 하셨으니, 미래도 역시 [끝없는 끝(無終의 終)]에 계속되는 것이다.
세존께서 친히 머물러 계시어 영원히 멸하지 않는 [상주불멸(常住不滅)] 부처님이심을 선언하신 것이다.
그래서 석가모니불을 [구원실성(久遠實成)]의 본불(本佛)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광대무변한 세존의 수명을 설하신 경전은 법화경 여래수량품 이외에는 없다.
종교로서의 불교의 가장 큰일은, 구세주이신 불타(佛陀)란 어떤 분인가 하는 (불타론)인데, 여기에는 부처님의 수명에 관한 문제가 중심이 된다.
만약 구세주이신 부처님이 무상(無常)이요 실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다 무의미하게 된다.
그러므로 불교의 모든 문제는 이 부처님의 수명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처음이 있는 것은 끝이 있고 처음이 없는 것은 끝이 없다.
부처님께서 항상 계시다면 처음이 없고 끝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 필수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야말로 여래수량품에 설해 있는 본불 세존의 수명인 것이다.
일련 대사는 여래수량품의 거룩함을, [ 일체경 가운데 이 수량품이 없다면, 하늘에 해와 달이 없고, 사람에게는 혼백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세존께서 [ 이와 같이 나는 성불함이 심히 오래되고 멀어서 수명이 한량없고 아승지겁에 항상 머무르며 멸하지 않느니라.](여래수량품 252면)하신 이 대선언이 없다면, 불교는 종교로서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불멸 상주의 부처님이시기는 하지마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여래는 모든 중생이 작은 법을 즐겨 함은 덕이 엷고 업이 무거운 자로 보고 이 사람을 위하여 내가 젊어서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얻었다고 설하였느니라.](여래수량품 251면) 하신 것과 같이, 이 사바세계에 탄생하시어 시성정각(始成正覺)의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신 것이다.
시성정각은 역사적 사실이므로 이것을 의심할 수는 없지마는, 중생이 덕은 엷고 번뇌의 업이 무거워 얕은 교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교화의 방편으로 이 같은 방법도 취하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때가 이르렀으므로 시성 정각의 방편의 옷을 벗어 버리시고 구원실성(久遠實成) 본불(本佛)의 모습을 보여 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