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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의 행복/책과의 행복한 만남

9. 결혼(인덕人德과 인성人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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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을 여는 0.5초의 비밀을 읽고서

저자 : 덕명 채장식

연습이 없다

 

 

  혼사를 인륜지대사라고 말을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과거에는 사람 잘못 들어오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다. 

인연이 깊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도 큰 차이는 없지만 같은 이치라고 본다.

  그래서 사주단자를 보내고 매파를 보내어 사돈 될 집안을 살펴보는 전래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건강진단서를 첨부하던 시대도 아니고 연애를 하던 시대도 아니니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우선 당사자의 외모가 어떠한가를 살피려면 중매쟁이밖에 없었다. 

간혹 가다가 중매쟁이도 거짓말을 하는 일이 있었으므로 혼사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부모, 형제 가세를 살펴보고 당사자의 궁합을 보기도 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여 사돈 될 집안을 알아보는데 어떨 때는 과객을 가장하여 그 집의 인심도 살펴보고 거지를 가장하여 동냥도 얻어오게 하는 일도 있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종들의 동태도 살펴보면서 사돈의 성품을 알아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해도 중매쟁이의 재주가 들어가게 마련인데 양측으로부터 받는 수고비가 재미지만 어떨 때는 이루어질 수 없는 혼사를 속여서 거액이 오가는 말썽도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옛날이나 지금이나 혼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혼사 하면 우선 여성이다. 

남자야 어디를 가나 새알만 차고 있으면 되지만 여자는 후대를 잇는 자식의 생산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고 부모를 봉양하는 인품이 그다음이었다.

  양반은 양반과 중인은 중인과 하인은 하인과 혼사를 하였으니 크게 말썽은 없었다. 

특히 양반은 첩을 거느리고 있어도 흉이 안 되었지만 중인이나 하인들은 그렇지가 못하여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 일이 동네마다 비일비재하였던 모양이다.

  대갓집 며느리는 그만한 그릇이 되지 못하면 살림을 맡을 수 없을 정도로 어른들이 엄하게 교육을 시켰다. 

시집가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봉사 3년, 9년이 지나야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시집살이가 고달팠다.

  곳간의 열쇠를 물려받으려면 훌륭한 며느리가 아니면 10년 안에 받기가 어려웠다는 것을 보면 옛 어른들의 신중함에 놀랄 만도 하다.

어떤 집안은 안주인이 죽어서 물려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헤픈 며느리가 들어오면 남편 노름 밑천 주고 머슴 술값 주고 하여 집안이 망한 일도 있었으니 어른들의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보통 집안의 혼사도 어렵지만 지금으로 말하면 부잣집 특히 재산이 많은 집안은 혼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몇십 억 몇백 억이 되면 재산 물려줄 자식을 생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남성만의 호주제도가 제아무리 폐지가 된다 해도 아직까지도 맏이라는 개념이 살아 있는데 어찌 소홀히 할 수가 있겠는가?

 

  부잣집 며느리가 되려면 그만한 그릇도 그릇이지만 시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부모가 사람 보는 안목은 무서울 만큼 예리하다는 것이다.

  지나치면서 곁눈으로 보아도 3년 연애한 아들보다 더 잘 알아버린다. 

잘못되면 평생 모은 재산 유지도 못하는데 며느리로 들이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형제간의 우애도 우애이지만 부모가 없어도 화목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여러 가지의 안목으로 혼사를 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이치다.

 

  현재에도 며느리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이 70억 정도, 주식이 30억 정도, 현금과 기타 자산이 40억 원 정도를 가지고 있는 60대의 부모가 있는데 혼사에 대하여 걱정이 많다. 

이유는 자식 중에 누구에게 사업을 물려줄 것인가가 첫째이고 둘째는 들어오는 며느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아들의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 잘할 것인지 아니면 못할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며느리와 아들의 기와 운이 조화가 잘 되면 제일 좋지만 어디 그런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인가?

 

  감추어진 기운의 비밀을 찾기란 어렵다. 

특히 부모의 입장에서는 많은 욕심이 눈을 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어렵다.

  평생 소박한 월급쟁이로 사는 보통 사람들이야 근면 성실하고 알뜰한 계획을 세워서 잘 살아가면 부모들은 족하다. 

그만큼 재물이 없으니 욕심도 적을 것일 게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라더니 맞는 말이다.

 

  연애도 좋지만 가정에 따라 혼사에 대하여 외면할 수는 없으므로 지혜로운 안목으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순간적 판단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 혼사다.

 

  지금도 반대하는 결혼을 하여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남녀가 만나 다른 습성을 가지고 있어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 결혼이다.

그래야 새로운 인연도 만든다.

  사랑과 재물과 집안의 내력이 다 좋아도 끝까지 이루어질 수 없는 결혼도 많은 현실이다. 

결혼관이 바뀐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성이 파도를 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떻게 파동을 잠재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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